몇 년 전 서울 생활을 할 때 다니던 교회, 합정에 있는 백주년 기념교회 담임목사님이 암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평소 그 분의 인품이나 지금까지의 사역과 설교를 좋아했기 때문인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자신이 예기치않은 암에 걸렸지만 지금의 상태를 감사하게 여긴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늘 겸손하게 백주년 기념교회와 성도들과 하나님을 섬길수 있도록 암을
허락하신 것을 감사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선줄 알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교만해지는가봅니다.
몇 년 전에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가정의가 개업을 하였었습니다. 아프면 가까운 곳으로 가느라 병원을
옮겼었습니다. 요새 그 의사는 표정이 엄청 굳어있고 말투가 딱딱해져버렸습니다. 처음 개업하고 이 삼년
환자들이 뜸해 마음 고생하던 것을, 이제 바빠지니 자기도 모르게 잊어버린 것입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자세가 그런데 간혹 한결같이 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왜 바르게 서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환난이 오는지, 얼마전에 안타갑게 타계한 이태석 신부가
생각이 납니다. 고통을 괴롭게 겪어내면서 자신의 실체를 더욱 절실히 깨닫고 창조주의 존재를
마주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주위의 사람들과 사물들을 더욱 사랑하는 사람들이
때로 귀하게 있습니다.
사람이 제대로 서기위해서 고통은 필수인지도 모릅니다. 고통의 함정을 누구나 피해가고 싶지만
왠일인지 어떤 사람들은 죽자사자 고생을 합니다. 천재 미술가 고호, 그의 어떤 그림은 수백억 달러를
넘습니다. 세계에서 두번 째로 그림값이 비싸다고 합니다. 그러나 살아 생전에 천 점이 넘는 그의
작품은 딱 한 점만이 팔렸었습니다. 37살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생활고로 늘 고생하며
동생 태오의 도움으로 먹고 살며 광기가 생기도록 그림에 몰두했었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의 그러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정도의 고난의 과정이 있었기에 그의 그림이 그렇게 깊어지고 강열하고 마음과
생의 근원을 건드리는 그림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 생전의 그 치열한 고투의
댓가로 살아생전에 그는 무엇을 얻었는가. 평생 외로움과 병과 가난과 낮은 자존감으로의 갈등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습니다. 그의 사후에 사람들이 고호라면 대단한 작가로 알아주고 어쩌다
그의 작품을 손에 쥔 사람들에게 헤아리지도 못할 돈을 안겨준 것 뿐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고 사색을 하고 뭔가를 깨닫거나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중섭이나 박수근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이중섭은 육이오 동란 전후의 지독한 가난으로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래 전 제주도에 갔다가 이 중섭이 살았던 초가 오두막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딱 한 사람의 몸만 누일 수 있는 방한칸에 작은 구둘 하나의 초막은 그의 가난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굶주리던 가족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렸습니다.
박수근은 매장 어두운 구석에서 좀더 이쁘게 그려야된다며 채근하는 어린 여자의 독촉 하에
미군 초상화를 그려주며 간신히 그 시대를 살아갔습니다. 고통의 세월을 보낸, 그들의 사후
그림값은 그들의 생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들의 뼈를 깍는 고통이 자신들의 작품을 고귀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흔히 조개의 상처에서 진주가 생기듯 뼈를 깍는 고통을 겪어야 값진 것을 얻는다고 합니다.
이 어지러운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라도 나름대로 어떤 면으로의 고생이나 결핍과 고통들이 있고,
그 고통들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들도 없고 방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이 스스로가 다듬어지고
정제되어 별처럼 빛나기위한 과정이라고 표현한다면 아아 말은 좋구나라고 저항감을 느끼겠지만,
깊게 절망한 사람만이 종국에 기쁨의 빛나는 환희를 맞을 수 있다면, 현재의 생이 참으로
고통스러워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이 시간의 강물은 우리들의 가슴 속, 어디로 흘러들어
절망이나 기쁨의 환희를 만들어 낼 것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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