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님 방에서 단편 체홉의 사랑에 대하여를 읽었다. 도시에서 공부를 마친 알료힌은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공부를 위해 돈을 지나치게 지출을 한 집안을 위하여 고된 노동을
하며 지내다 명예치안 판사가 되어 그 지방 유지들과 교제하게 되었다. 희망없이 지내던 중
그 교제는 그를 즐겁게 하였다. 그 때 사람들은 연애를 하여도 이 연애가 법도에 합당한가,
과연 멋이 있는가,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신경을 썼다. 알료힌은 자기를
환대하는 루가노비치의 가정에 드나들다가 그의 젊고 아름답고 자상한, 지적인 매력이 있는
안나를 사랑하게 되자, 마음을 감추고 사랑의 괴로움에 시달렸다. 두번 째 아이를 출산한
안나가 신경쇠약에 걸려 요양을 하고 점점 긴장과 갈등에 고조되며 서로 애달피 그리워하는
마음과 사랑을 확인하나, 루가노비치가 서부 어느 지방의 법원장으로 발령받아 그 가족은 떠났다.
서로의 간절히 사랑함을 확인하자마자 그들은 영원히 이별을 하게되었다.
짧은 글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의 괴로움이 잘묘사되어 있었다. 사랑이란 묘한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그렇게 애간장을 녹이며 형벌처럼 사랑의 괴로움에 시달리면서도
묘하게 행복하고 가슴이 터질듯 살아간다. 그러나 사랑이 이루어지면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남는다는 노래처럼 그 사랑은 생활의 갈등과 일상의 반복이
주는 권태에 살그머니 먹혀들어가다가 결코 원하지않았던 모습으로 변형되기 마련이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은 로버트가 비오는 날 트럭을 몰고
영원히 그녀를 떠나던 장면이 압권이다. 서로 간의 그 애타는 이별로서 그들은 불멸의 사랑을
완성하였다. 비포 선셋에서 그렇게 아름답게 사랑하던 제시와 셀린느 두 사람은 비포 미드나잇에서
다시 만나 결혼하여 어린 쌍둥이 딸들을 둔 중년의 모습으로 나온다. 파리에서 살던 그들은 그리스로
휴가를 나와 즐겁게 지낸다. 그러나 제시는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하여 이혼하였으나 알콜중독자인
전처와 사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편하지않다. 그는 아들을 자주 만나며
살기위해 셀린느에게 파리에서 시카고로 이주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더이상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며 희생하고 싶지않다고 강하게 항변하는 그녀와 결국은 다투게 된다. 언쟁이 커지다가
달래다가를 반복하다가 그 간절한 사랑의 마음은 어디엔가 숨어 사라지고 그 사랑에는 금이
가고 만다. 마치 킨제이드와 프란체스카가 서로 만나 살았다면, 그녀는 가정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신들의 사랑을 원망하느라 그 사랑은 아름답지
못하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두 사람 사이에 서약이다. 가정이 있음에도 필이 동한다고 저지르는 요즈음의 막무가내의
사랑은 위험하고 아름답지않다. 결말이 좋을 수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아름답다. 그러나 이루어지지않은, 멀리서 서로 그리워하고 속을 끓이는 사랑은
더 아름답고 더 애잔하고 애절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감정으로 들끓고 환경의 지배를 받는
약점을 가진 인간의 사랑이 지닌 묘한 역설의 모습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