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

another woman 2015. 5. 2. 00:30





이반 일리치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로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않게

잘자라 예심판사가 되는 출세를 한다.  그는 자신의 신분과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어 결혼을 하고 일상적인 삶에 충실한다.  법을 어긴 사람들을 

심판하고 선고를 하고 포커를 즐기며 외적인 양상에 만족하며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라

여겼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불행하였으며 태어난 아이들 중 여러 명이 사망하자

아내와 더욱 멀어졌으며 결점으로 여겨지는 여러 가지를 참아내려 괴로워지자

더욱 사교적이고 권위적인 생활에 몰입을 하였다.


어느 날 승진에서 후배가 자신의 앞에 서자 그는 실망했으나 다시 인생은 너그럽게도

그의 손을 잡아주어 다른 현으로 이주하여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곳으로 승진을 하였다.

그는 가족들이 오기전 집을 구하고 수리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가구들을 배치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며 층계 모서리에 부딪친 곳이 무섭게 아팠다. 며칠 후 서서히

통증은 사라졌으나 왠지 그 자리가 음울히 아프면서 뭔가 꺼림찍하면서 가끔 그 

음울이 옆구리에 무시로 느껴지나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나날은 다시 일과 사교생활로 쉬임없이 흘러가는데 이반은 몸 속의 그 음울한 그늘이

점점 위력을 들어내면서 병이 든것을 알았다. 의사도 병명을 잡아내지 못하면서

병은 깊어가 근무나 사교생활도 못할 지경이 되어갔다. 그는 심히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를 포함하여 가족들의 건강한 모습에도 분노하면서 자신의 불행을 이해할 수가 

없는 그는 하인 게라심만이 자신에게 진실한 연민과 자비를 베푸는 것을 보고 그에게 의지한다.


그는 평생 예심판사로 남을 정죄하고 판단하는 자리에 있었음으로 자신이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병이 깊이들어 옴싹도 못하며 깊은 통증에 시달리는 처지가 된 것을 

이해못하고 용납할 수도 없어 통증보다 깊은 분노에 시달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꼼꼼히 생각하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권위의식 속에서 

의례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며 개인의 허영을 만족시키려 애쓰며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떳떳지 

못하였음을 인정하며 더욱 자신에게 죽음이 깃든 것을 느낀다. 감추려고 애쓰지만 여전히 일상적인

삶을 누리는 가족들조차 분노의 대상이었으나 평소에 자신의 기대에 못미쳐 실망감이 있는

병약한 어린 아들이 자신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자 이반은 왠지 자신의 가슴에 빛이 비추인 

것을 느낀다. 그는 자신이 소멸해가며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부터 어느 빛 속으로 

건너간다는 느낌에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용서를 빌었으나 말은 어눌하게나왔다. 

그 후 자신의 죽음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기위해  큰숨을 몰아쉬려 애쓰는  순간  

그는 물리적으로 숨을 거두었다. 


아내는 그의 죽음으로 연금을 더 타낼 방법을 생각하고 동료들은 누가 그의 자리에 앉을

것인가 확인하며 형식적인 조문 후 카드놀이들을 하기위해 자기들끼리 신호하며 모인다.


사람들은 생명이란 태어나고 한동안의 허락받은 삶 이후에 죽음이 있다고 알고있다.

수많은 죽음들을  자연스럽게 긍정하고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은 막연하게

언젠간 오겠지하면서 먼 뒷날의 이야기이며 그것은 전연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막상

그 죽음이 자신의 것이 되려고하면  격심한 혼란과 분노의 과정을 겪게된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개인이란 신 앞에 선 단독자들 일 뿐이다. 평생을 예심판사로서 

남을 심판해왔어도 육신을 가진 자는 어느 날 신 앞에서 심판을 받듯이 죽음 앞에 서는

것이다. 이반의 죽음 이후도 쾌활한 사교생활을 포함한 일상이 계속되어갈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어느 날인가는 이반이 섰던 그 자리로 갈 것이 순리이지만 여전히 그것은

현실감이 없는 자신에게는 아주 멀리있다고 생각되어지고 죽어간 자에게 잠시의

동정을 느끼고 그보다 자신이 살아있음에 깊이 안도감을 느낄 뿐이다.


활발한 일상의 연속일 때는 개인의 영달과 쾌락을 위한 삶의 태도가 너무도 당연했느나

죽음을 앞둔 육신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삶의 정체가 드러나고 뭔가 떳떳치못하다는

생각을 지우지못하고 삶이란 여짓껏 살아온 그런 태도로 살아가야할 것이 아닌,  보다 엄숙하고

진실한 사랑의 관계로 이어진, 진정성이 있어야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아프게 깨닫게 된다. 

한 개인이 연기처럼 사라져도 세상은 여전히 한치의 변화도 없이 잘 돌아간다.

그 한 개인에게는 목숨이 나뭇잎처럼 시들어 떨어지고나면 육신의 세상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반은 아들의 눈물에서 빛을 보았고 자신이 죽음이 아니라

그 죽음에서 벗어나 빛으로 나아간다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톨스토이의 명작 중에 하나로 동우님 블로그에서 읽었습니다.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남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자신에게는 올 것이지만  

언제일까,  모호히 감이 오지않는 죽음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죽음이

죽는 당사자의 인생이 어떠하였는가  폭로하는 과정의 이반의 모습이 우리들 각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삶이란 오직 자신의 이기심의 영달과 쾌락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아닌, 

진실하고, 자비와 연민이 깃든,   선한 심장으로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그 어떤 귀하고 엄숙하게  선한 그 무엇이며, 육신의 종말 후 죽음의 다리를 건너서 

갈 빛의 세계가 있다고   톨스토이는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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