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정도에 서울로 이사와서 죽 살았기 때문에 부산 사투리를 쓰지는 않으나
억양이 어느 구석엔가 남아서 누군가는 경상도 출신이냐고 묻기도 한다.
경상도 말로 욕봤다는 말은 어느 일인가로 고생했구나라는 말이라고 알고있는데
욕이라는 어감상 그저 고생이라기보다 몹쓸 일을 당했구나라는 느낌이 들기도한다.
내겐,
말을 부드럽게 돌려서하지 못하고 그저 직선적으로 말하는 성격탓인지, 그 상대의 형편에
대한 이해와 함께 강한 연민과 어줍잖은 위로까지 내포되어있는 말로 들린다.
나이가 들면 정신연령이 퇴화되는 면이 있다던데 왠일인지 누군가가
그동안 살아오느라고 욕봤다라는 음성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비오시는 날, 함께 외출하게되면 큰 우산 하나를 쓰게되니 차에서 먼저
내린 그가 우산을 씌여주는데 왜 나오지않는지 생각이 미치지않는 그는 창 밖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나는 그가 문을 열어줄때까지 버틴다.
성질이 급한 그가 마지못해 문을 열어주며
손이 없어, 말한다. 이 문을 열 손은 없어. 어처구니없는 싱갱이에도
남한테는 안그래도 그에게만은 꼭 마지막 말대꾸를 하며 살아온,
남들이 보기에 별 풍파없이 지나온 삶이지만 딱 한번만이라도
한 세상 살아오느라고 정말 욕봤구나 라는 따스한 음성이 듣고싶다.
누구에게 부려야 통할 어리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