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제목없음 3

another woman 2005. 10. 15. 10:05

나이들어 뭔가 배운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는 않았다. 세달 만 있으면 과정이 끊나는데 주마다 하나씩은 써야 해낼 수 있는 레포트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결국은 블로그를 열었다.

한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데도 파란 하늘이나 마음을 긴장시키는 찬 기운이 나를 설레게하며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게한다. 나의 마음은 자기 혼자 어디로 헤매고 싶어하는가.

벼들이 익어 황금 들판을 이루고 갖가지 가을 꽃들이 마음껏 흐드러지게 피어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황홀하게 조물주를 찬양하고 있다. 나의 마음은 내가 해야될 일 이기적인 본성에 의해 자연히 몰두하게 되는 일 등등으로 찬양 받으셔할 그 분을 위한 자리가 없다. 결국은 한 때 피었다고 지고마는 꽃보다 못한 자세로 그 분 앞에 서있는 것이다.

많은 기도제목을 가지고 어려울 때마다 그 분을 생각해내고 떼를 쓰며 간구하지만

그 분의 사랑을 믿기만 하고 간구만 할 때 퍼내고 퍼내어도 오래 고마워하지 않는 이 자에게도

이 찬란한 가을의 설레임을 주시니 감사하다.  처음 입주 했을 때의 황량함이 가신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인 아파트 단지에도 가을을 찾아왔다. 베란다에 심은 나무들이 몇달 사이에 키도 자라고 몸도 불어나 잎마다 햇살이 통과 할 때 눈부신 초록을 뿜어낸다.

눈이 쉬원하고 마음이 쉬원해진다. 그 분의 은혜가 우리들의 마음을 통과할 때의 그 색갈과

아름다움을 표현할 말은 없을 것이다. 어떤 신령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의 결핍을

느낄 때가 간혹 있다. 이땅에서 번성하고 생육하라는 그 분의 명령처럼 인간들이 아직도 개발 못한 부분, 깨닫지 못한 부분, 느끼지 못하는 부분들 ,단어들 이무한정한 은혜가 아직도 우리들에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안다. 이 가을에 당면한 숙제나 시험보다 어느 먼 곳을 돌아다니며 돌아다니고 싶다는 유혹을 이렇게 말로 하고 털어버리려고 한다.

언제나 철이 들려나 흰머리의 나에게 나는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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