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제목없음 11

another woman 2006. 3. 11. 20:16

지구 반대 쪽에서 아들이 혼자 집에서 살며 직장을 다니고 있어

눈에 안보이니 노파심에 여러가지를 적어 이메일을 자주 보낸다.

그애의 메일은 홋메일이고 내 것은 한메일 인데 어떤 때는

잘 들어가다가도 어떤 때는 분명히 전송되었다고 나오는데도

못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별히 할 말이 있어 정성을 다해 쓴 글일 수록 안들어갔다.

그 글들은 어디에서 분실되어 떠돌고 있는지 알수없다.

내밷었으나 전해지지 않은 말들은 어느 허공에서 헤매고 있을까?

얼굴을 보고 하는 대화도 좋지만

가슴 속에 그리움을 담고 하는 편지도 좋다.

아이 생각을 하면 지금의 훤출한 직장인이 떠오르기 전에

갓태어났을 때, 조금 자라  아장거리면서 하두 돌아다녀 잡으러다니기 바쁘던 것

동생을 야단치면 커틴자락으로 그애를 감싸 감추느라 애쓰던 것

그런 장면들이 먼저 떠오르며 그리움이 자라난다.

외국 땅에서 사느라고 정신이 없이 잡아먹은 이십여년의 세월은

잘라놓은 가운데 무 동강이 처럼 사라져버리고 옛일이 어제처럼 떠오른다.

병을 앓으신후 현재 일은 잊어버리시고 옛 일을 현재처럼

자꾸 말씀하시고 있는 친정아버지를 닮아가는 걸까?

 

기대를 가지고 맞은 완전히 혼자인 생활의 시작부터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환절기마다 하는 연중행사라 내가 앓기 시작하면

남편은 눈치보며  대신 아플수도 없으니

조용히 지내고 될수 있으면 나를 혼자 버려두었었다.

울고싶도록 밥이 먹기 싫어 콜라를 사놓고 자꾸 마셨다.

몸도 회복되고 머리 속도 맑아지니 그가 돌아올 날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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