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내렸다.
자다가 문득문득 깨어 빗소리를 들으면 평안함이 나를 휩쌌다.
가뭄으로 바싹 마른 잔듸나 죽어가는 양지 쪽의 동백나무가 얼마나
이 비를 좋아할까?
그렇게 자다깨다 하다보니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아들아이도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나 허둥지둥 준비하고 급하게 전철역으로 가고 있었다.
토요일 사이클을 힘들게하던 그룹이 지나가던 언덕을 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빨간색 승용차가 중심을 잃더니 와서 꽝 부딪친다.
비오는 경사길인데 젊은 아이는 브레이크를 안 밞고 오다가
비에 젖은 길에 미끄러지며 차가 중심을 잃은 것이다.
그 바쁜 아침에 그 바쁜 길에서 사고가 나자 증인 되기 원하는 사람,
자진하여 오고 가는 차를 정리하며 교통순경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곧 경찰과 엠블란스, 토우카들이 왔다.
모든 일들이 정리되고 아이는 그쪽 보험회사의
차고치는 곳으로 갔다가 늦은 출근을 할 것이다.
벌어진 모든 일들이 순식간이었다.
다 끝나고 이제 여유가 있으니까 이 삼분만 일찍 집을 나섰더라면
평소 시간에 일어났더라면 해도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미 엎지러진 물인 셈인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의의 습격처럼 공격해오는 안좋은 일을 만날 때가 있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산다는 것은 어떤 때는 신비하게 여겨진다.
이번 일로 우리 아이와 그 쪽 아이가 운전에 대해 평소 어떻게 해야하는지
예기치못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 공부가 되었을 것이다.
차가 없으면 너무 불편한 동네서 사니까
오늘은 비도 오시겠다 짐방을 정리하며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