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딸이 이태리 여행하면서 선물로 사온 구두이다.
남편과 시드니 시내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 날 신고나가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신고 있다가 싸가지고 간 평상화로 갈아신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 처음이었다.
그러고는 화장대 의자에 얹어놓고 안방 구석에 장식품처럼 놓아두어
딸아이의 핀잔을 샀었다.
사진 속의 구두는 구두방 아저씨에게 부탁해 뒷굽을 좀 잘랐다.
좀더 잘라달라니 그렇게는 구두 모양상 할수없다고 하여
뒷굽을 잘라놓고는 아직 한번도 못신었다.
시드니에서는 집앞에서 차를 타고 목적지 앞에서 내리고하니 신어보겠는데
이곳에서는 한번 집을 나서면 최소 전철 두번은 갈아타고
전철 한번 환승하려는데 걸리는 시간과 걸어야하는 거리를 생각하면
도무지 저것을 신고 나갈 엄두를 못낸다.
이 낡은 구두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노상 신고 다녔던 나의 여포구두이다.
여포구두란 더이상 여자 임을 포기한 구두라는 뚯이라고 한다.
주로 효도 신발이라고 불리는 구두를 칭한다고한다.
시드니 있을 때 이 구두를 처음 신고 나갔을 때 눈질과 입담이 센 어느 친구 말이었다.
생긴 모양이 우스워 사람들이 잘 쳐다보므로 그때마다 나는 이 여포구두는 나의 애장품이라고 말한다.
여름에도 이것을 신고다녀 더워서 죽을뻔(?)했었다. 덕분에 머리도 빠지고.
그렇게 부려먹었으니 달아빠지는 것이 정상인데
신을 때마다 폐기처분해야하는 모양이 보이는데 다른 구두가 좀 있지만 얄상들하여 신기가 싫고
비슷한 것을 찾아다녀도 눈에 잘 안띄이고 한번 마음에 들면
죽자사자하(?)하는 성격 때문에 버려지지도 않는다.
이번만 신고 버려야지를 숱하게 마음 먹고서도 아직 지니고 있다.
어려서부터 물건들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숱하게 하였다.
사람들과도 지금까지 만나고 헤어지고를 숱하게 하였다.
쉽게 잊혀지는 물건이나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오래오래 기억나고
그리워지고 부름받기 전까지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인간들은 영혼을 지닌 존재들이라서 그런지 그 영혼과의 교류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몇 사람들이 있다.
우리들은 이렇게 생명 없는 물질도 오래 애착하고 아끼는데
지금까지 우리들을 사랑하시며 최선을 다해 아껴주시는 은혜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