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을 알게 된 것은 학교에서 였다.
다 늙어서지만 월요일 마다 갈아입을 옷들과 숙제로 쓴
리포트들과 책들이 든 배낭을 매고 일호선 전철을 타고 학교로 갔다.
오십이 넘은 사람들이 몇 사람 되자 우리들은 가끔 일송정이라는
제목은 근사하지만 실지로는 얕은 언덕 구석에 얌전히 자리잡은 허름한
고기집에 모여 고기를 구워먹으며 얘기 꽃을 피우곤했다.
그분은 아직 이년이 남아있어 학교를 떠난 우리를 만나기위해
아주 예쁜 하우스 딸기를 바구니에 소복하니 담아서 우리집을 방문하고
우리들도 꼭 유럽의 어느 거리에 와있는 듯한 분당의 빌라를 방문하였었다.
그것이 일년 전이었던가 서로 바쁘니 오래 소식을 전하지 못하였는데
어제 티비속보를 보다가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샘물교회의 장로이자 전도사로 일하시는 그 분이 샘물교회의 의료봉사팀과 함께
아프카니스탄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소식이었다.
어느 회사에서 중견 사원으로 봉급도 좋고 잘나가는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고한다.
기도원에 다녀온 어떤 이를 만났는데 자신이 보기에 말도 안되는 것 같아
자신이 확인하기위해 그 기도원에 갔다가 확실한 응답을 받았다고한다.
그 이후 헌신을 맹세하고 분당 아파트를 팔고 빌라를 전세 얻고
입학을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지병이 있어 갑상선 수술도 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에도 가야하는
육신의 약함도 있어도 그 길을 향한 마음은 늘 변함이 없다.
지금은 그렇지않다고 하지만 오십이면 옛날로 치면 노인들인데도 그나이에
새로 인생을 시작하는 무모한 사람 중의 한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올인 한 사람답게 모든 것이 열정적이고 긍정적이라서 보기가 좋았다.
그 사람의 얼굴이 테레비 속보에서 보이는 것에 충격과 간절함으로 교회 중보팀에
기도부탁을 하고 시시각각 흘러나오는 뉴스에 촛점을 맞추는 것외에 할 도리가 없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린다.
살아가면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평범한 일상생활은 어느 날 끝은 있겠지만
그 끝이 오리라는 것은 상상도 되지않게 무의미하고 그저그런 하루들이 모여서 세월이 가지않던가.
그러나 이런 뜻하지 않은 불행은 어떤 불의의 점령군처럼 쳐들어와서 일상을 동강내고
처참하게 만들기도한다. 내 자신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 전에
이런 갑작스런 불행이 빚어내는 온갖 초조와 맘조림과 고통이 먼저 찾아온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늘 기도하라는 말은 저만치 물러가서
문자이외의 역활을 하지못하는 것을 보며 언듯언듯이지만 확실한 불신앙의 모습을
드러내고야마는 자신을 보게된다.
기도는 하지만 기도가 힘이 없고 만약에 어찌어찌 되면 큰일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에는 그 나이에 그 곳에는 왜 갔나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온갖 나쁜 상상 끝에는 그들이 활짝 웃으며 공항을 빠져나와
취재진들 앞에서 그간의 억류의 해방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이 상상이 되는 건지 모르지만 그들의 석방을 확신하고 기다려진다.
살아가는 일의 신비함을 느낀다. 우리들이 겪는 모든 일들, 메스컴을 통하여
함께 겪어가는 모든 일들 그런 것들이 섞여서 우리들은 인생이라는 양탄자를 각자 짜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신 앞에 홀로 서있는 외로운 자 같게 여겨질 때가 많지만 결국은
어느 방식으로든 서로서로 연결고리에 걸려서 어우러져있고
그 큰 거대한 손은 그 각자의 일생들을 모아 섞어서 커다란 작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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