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사를 하였다. 집이 식구 수에 비해 크기도하고
이번 여름이 너무 더워 늘 창이란 창을 다 열고 지낸 탓인지 언제나
집 안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길가에 나와 지낸다는 느낌을 버릴수가 없어
피곤한 여름을 보내었다. 가구 수가 이천 세대가 되는 십 칠층 짜리 아파트였다.
집은 칠층이라 앞으로 옆으로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들이 시야를 꽉 가로막아 있어
언제나 거대한 시멘트 벽에 갇혀있는듯했다.
뒷 베란다 창으로는 먹자 골목들의 갖가지 음식점들의 환풍기와 에어콘의 모터들이
높고 낮은 빌딩들 창마다 완강하게 붙어서 불쾌한 소리와 냄새를 풍기며
밤낮으로 돌아가고 있다. 갖가지 소음이 뛰어들어와 하루 종일 집안 곳곳에 머물며 수런거렸다.
이중창을 닫고 있으면 수그러들기해도 그것들이 남기는 파장은 아파트 이름이 고급이나 그에
맞지않는 남루한 가구들 위에 어스름이 덮을 때까지 함께 하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골프 연습장의 넓은 초록색 마당에는
흰 골프공들이 큰 우박처럼 널려있고 공에 채에 맞는 소리는 하루 종일 들려온다.
새벽이나 밤에는 머리를 두들겨대고 한낮에는 사거리에서 들리는 온갖 소음에 묻혀서
먼곳에서 내리는 빗소리처럼 들린다. 늦은 밤에는 술취한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차소리에 섞여 무엇인가를 호소한다. 아침에 볼 일있어 나가다보면
흐드러진 찔레꽃이 피어있는 담장가로 토해놓은, 아직 삭지않은 밥알들이나
야채들이 엉겨있는 토사물들은 그 일은 한 사람의 위장을 긴장시킨 어떤 스트레스를 보여준다.
그 길 건너 자동차 정비 공장에서 들리는 소리와 정비를 하기위해 길가를 채우고있는
자동차의 대열들과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코 끝을 맴도는 휘발유 냄새들.
정비소 옆 얕은 담장에 두발을 올리고 현자와도 같은 어진 시선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주시하는 흰 진돗개는 볼 때마다 전에 자식처럼 기르던, 자기가 사람인줄 알던
실키 테리어가 생각나 그 강아지를 데려다 함께 놀고 싶었다. 어느 날 언니 살기에
집이 너무 크지않냐고 고모가 이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넌즈시 말할 때
왠지 이곳을 피할 때가 왔구나, 그러나 왜 자기가 그렇게 얘기해야하는지 이상하지만
내색을 않하고 그냥 그러자하고 여름이 지나자 이사를 하였다.
칠층 짜리 아담한 건물이 오직 두동 뿐인 나홀로 아파트로 이사온 첫날
천정이 낮고 큰길에서 한참 들어와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것이 위로가 되었다.
전철역으로 걷다보면 기차를 타고 어느 작은 도시에 내려 그 역 주변을 걷는듯 하다.
철물점도 있고 이발소, 책 빌려주는 곳, 수선집, 작은 가게들, 집 마당에서
거둔 호박이나 오이, 고추등을 작은 무더기로 쌓아놓고 길에 퍼질러앉아있는
햇살에 거뭇하게 탄 할머니들이 계신다.
그런 곳들을 지나가면 노랗게 익은 벼들이 지천으로 가득 찬 논들이 있다.
물론 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 몇년 안에 아이티 단지나 백화점, 호텔, 병원 등등
많은 계획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해가 뜨고 지면서
노오란 벌판에 가득 차있는 벼를 영글게하고 있는 풍경을 볼수있다.
이사한 다음 날 아침 창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아서
거실에 앉아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는 것은 서울 생활에 처음이라서
그 해가 이집에서의 시작과 모든 여정을 축복해주는 것같아 행복했었다.
때때로 사람에게는 밀폐된 공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포근하게 안식할 수 있는 공간,
그 안에 들어가면 평화와 안정과 휴식을 누리며 단잠으로 밤을 보낼수 있는 그런 집이란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