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지 며칠 만에 마치 오래 오래 살아온 듯이 적응이 되었다.
옆 집에는 젊은 엄마가 살고 위집에는 혼자 된 중년부인이 두 아들과 살고
아랫집에는 은퇴한 중년부부가 살고 등등 파악도 되었다.
처음에는 아뭇소리도 안들리는 것 같더니 며칠 지나니 윗집의 화장실이나 샤워 물내려가는
소리,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 한밤중 천장 위로 걷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이사 온 며칠은 윗집에 아마 출타 중으로 비어있은 모양이었다.
한밤 중 음악소리가 쿵나면 우리 집 천장은 여기저기서 소리가 난다.
전에 살던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소리가 났었지만 아마 천정이
이곳보다 높아서 조금 적게 들렸었나보다.
소리가 울리면 그 파장으로 주위에 있는 다른 물질도 충격이 되어 소리가 나는구나
생각이 된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히틀러가 유태인을
가지고 실험하는 방법 중 밀폐된 공간에 유태인들을 집어넣고 소음의 불륨을
최대한 올려가지고 그 엄청난 소리에 시달린 뇌혈관이 터져서 죽게하는 방법이 있었다고한다.
끔찍한 이야기다. 미우라 아야꼬의 수필집에서 읽은 것도 생각난다.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소음이라서 인간들이 들을 수 없다고한다.
만약 그 소리의 파장이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라면 이세상에 살수있는 동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아야꼬는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들을 수 없다고 하였다.
하루에 두어 번 씩 나갈 일이 생기고 왔다갔다 하지만 에레베이터에서
서로 엇갈려 타고다니는지 이웃을 만난 적이 없다. 너무 밀착되어 이집이고
저집이고 늘 커틴을 내리고있어 다른 이들의 존재를 느끼게 되지않는데
오직 가끔 들리는 이런 저런 소리로서 아아 다른 이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살고 있구나하고 그들의 존재를 느끼게된다.
가라앉아있는 그 적요를 가끔 건드려 파장을 일으키는 그 소리가 때론 반갑다.
친구에게서 갑자기 걸려온 전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