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엄마가 뿔났다.

another woman 2008. 7. 30. 05:07

어머니가 계신 동안 집에 계시면 거진 늘 테레비를 틀어놓게 되었다.

그중 같이 보게된 프로가 아침 마당과 저녁 여섯시의 내고향,  엄마가

뿔났다 등의 프로였다. 앞의 두 프로는 부담없고 재미있을 적도 많았다.

그러나 엄마가 뿔났다는 보고나면 톡톡 튀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하는

주인공들의 재치있는 대사에도 불구하고 왜 저렇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들의 말투와 내용과 드라마의 흐름에서 참 좋은 드라마라고 동의하기보다

뭔가 개운치않는 것이 무엇때문일까. 김혜자가 집을 나가서 하는 것이

책을 들고 자다깨다 하다가 어느 정도 그것이 충족되니까 컴퓨터를 배우게싶어

하는데까지 보았다. 그녀가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을 이해한다.

한창 바쁘게 지내던 시절 퇴근하여 아홉 시 가까이 집안 일이 끝나고

다들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혼자 거실에 앉을라치면 너무 좋았고

어떤 땐 차라리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여 서너날 쉬게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던 적도 자주 있었다. 그 시절 시간은 마디지만 계속 흐르더니 지금은

자연히 혼자 지낼수있게 된 기간이 왔다.  이 기간도 또 얼마있으면

식구들과 합쳐지겠지만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허락되어지는 환경을

그렇게 자신이 아우성쳐가며 만들어내는 것이 낯선 것은 자신이 아직도

고루한 탓인지 모르겠다.  김혜자가 혼자 지내며  그동안 자신에게 간절하게

부족하였던 일을 하는 것이 보기는 좋지만 한국 어머니가 그렇게 온집안을

시끄럽게해가며 자기의 공간을 마련하는것이 낯이 설다.

순서로 말하면 아들과 고모네를 동네 가까이라도 분가시키고 남편과 아버지와

산다면 그 생활 중 무시로 자신의 시간을 낼수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리는

남편이나 식구들을 남겨놓고 자아 실현(?)을 위한, 

어머니나 아내, 며느리에게 거는 한국적 사고의 기대를 벗어난

태도나 순서가 낯설다. 늘 점쟁이 역활을 하는 고모 딸의 설정이나

등장 인물의 말하는 태도와 내용들이 부분적으로 많이 공감이 감에도

불구하고 나이도 꽤 들었을 저자가 이런식으로 사고하는 것을

주도해나가도 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저자가 쓴 어느 연속극, 친구의 남편을 빼앗아 동거하면서

너무 떳떳하고 뻔뻔한 여자를 당당하게 묘사한 기억이 난다.

드라마마다 불륜을 아름답게 꾸며 그것이 만연하게 조장된 것이 사실이라면

더구나 요즈음 같이 새로운 도덕이나 가치관이 성립하지않고

미덕으로 여겨지던 옛 가치관이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경향이 있는

시대에  인기있고 관록있는 저자는  자신의 드라마가 사회 흐름에 자신이

음으로 양으로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 고려해야한다.

특별히 한국 사회는 어머니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어져왔다해도 말이 된다. 현대에 들어서도 옛 어머니 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도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을 충분치는 않지만 찾아낼수 있다. 어떤 처지에서라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할 시간과 방법은 있을 것이다.

앞으로 김혜자는 컴퓨터를 배워서 아마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아주 좋은 글을 써서 가정을 흔들면서 구축하려고 한 자기의 세계를

식구들에게 인정받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이루어낸 것이

얼마만한 가치가 있을지, 그렇게 온 식구들이 버림을 받은 듯

야단을 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을 나무라가면서 완룸에 누워있는 것을

보며 옛날 골목에서 심술스러운 사람들이 대야에 물을 들고나와

끼었으며 야단치던 개들의 교접이 머리에 떠오른다.

 

여러가지 면에서 안그래도 내리막을 가는 듯한 이 시대는

사회나 가정이 온전해지고 온건해지는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모델이

간절하게 필요한 세대이다.  오늘과 매일의 삶에서 아름다운

관계들이 이어지고 개인도 자기의 자화상을 아울러 잘 구축해나가는,

이상적인 가정과 개인을 그려주고 제시해주었는음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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