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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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woman 2008. 8. 1. 11:05

우리나라의 든든한 현역 작가 이시던 이청준님의 부고 기사가 났다.

박경리님이 얼마 전에 타계하신지 얼마되지않아 또 한 작가가 사라져갔다.

요즈음은 구십 까지는 괜찮다고하는  때인데 두 분의 나이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작가란  자신의 피를 말려가며 글을 쓴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한장 한장 원고지를 채워갈 때마다

마음은 회오리 바람으로 터질듯하고 그것을 이기지못한 세포들은

아주 조금씩 암세포로 변신을 이루어갔는지, 두 분다 암으로 돌아가셨다.

박 경리님은 항암을 거부하시고 이 청준님은 항암 중에 돌아가셨다.

시기를 놓친 암이란 것은  결승선이 아직 남았는데도 서둘러 그곳에 다다르게

하는 힘을 가졌다.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말들을 한다.

이쁜 봉오리가 봉긋이 올라오다 아름답게 활짝 피고 어느 비 뿌리는 오후

그곳을 지나다보면 지거나 땅에 떨어져버린 꽃잎들을 보는 엷은 슬픔이 있다.

그러나  만나지는 않았어도 작품으로 오래 사귄 이들처럼 마음의 스승처럼

여기던 사람의 죽음은 비장한 느낌을 준다. 

 

테레비에서 영화를 중간부터 보게되었다.  영국의 어느 지방에 아이리스라는

노인인 여류작가가 어느 날인가부터 의식이 흐려지게 되었다.

남편 노인은 아이리스가 젊은 시절 자유분방한  중에서 그 영혼 속에 든

아름다운 것을 보고 결혼까지 기다려 아이리스를 얻었다.

그들은 평탄하게 살았고 아이리스는 많은 저작을 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어느 날 찾아온 기억 상실은 치매로 이어지고 남편은 그녀를

지극 정성 돌보나 집은 목욕탕이나 부엌이나 거실이나 발디딛을 조차 없을

지경으로 혼잡해지고 더러워진다. 잠시 눈을 판동안 아이리스는 없어진다.

남편은 찾아헤매다가 실종신고를 내는데 어느 남자노인이 슈퍼에서

그녀를 보고 데리고 온다. 옛날에 아이리스와 사귄 적이 있고 이 두 사람의

결혼 둘러리를 선 그를 남편은 알아보지 못한다.

결국 아이리스는 요양원에 가고 가서는 얼마 안있어 죽고 만다.

살아가면서 때로는 난무할 때도 있지만 차곡 차곡 쌓인 온갖 기억과 이야기들이

회오리 바람에 불고 간 자리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듯이

황무지로 남아 빈 자의식은 그 사막을 헤매며 일상생활이나 자신의 인생을

더이상 영위할 수 없다. 그를 바라보는 반려자의 인생 또한 이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살아있는 자들에게 닥아오는 순서를 겪어가는 당사자들의

애달픔을 생각하면 인생이 엄숙하고 고단한 것이라는 말에 동의가 된다.

 

작가의 죽음은 그들로부터의 더이상의 창조가 없어진 것을 말한다.

죽음이란 황무한 곳으로 육신이 가버린 후 지상에 남은 사람들은 그들을

추억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들은 아름답고 귀한 그 곳에서 재회하며

이 곳에서는 결코 누릴수 없었던 천상의 깊은 쉼을 얻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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