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끝남과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종각의 종치기가 며칠 남지않았다.
년말 인사나 새해 인사 주고 받을 곳도 거의 끝나간다. 예전처럼
마음에 드는 카드를 찾느라 카드 가게에서 머무는 시간도 생략되었다.
핸드폰의 문자나 메일로 송년이나 새해인사 날리기에 바쁜 시간이
지나고나니 다시 한가한 흐름이 찾아들었다. 문자를 날리니 편하기는
한데 아무래도 정성이 없고 그저 편리함과 비용 절약이 있는 것 같다.
손으로 문구를 만들어가며 한 줄 한 줄 안부를 적어나간 후 우체국에
가서 카드를 부치고 또 받는 카드를 줄을 꿰어 벽에 널어뜨리거나
진열대에 주르르 늘어놓던 일이 생략된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거나
인상에 남는 귀절이 있는 카드는 지나가다 다시 한번 보고할 일도
없어져버려 한 해의 끝과 시작이 메일과 문자들을 주고받는 그 시간이
지나니 해야할 일을 치룬 해방감만 있지 한 해가 가는 애석함이나
다시 오는 또 다른 새해에 대해 기대를 느끼게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카드를 구하기위해 몇 개의 가게를 순례하며 서성이며
이것 저것 고르며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과의 얽힌 이야기를
돌아보거나 카드를 펴놓고 그에 맞는 인사말을 적기위해 구태의연한
문구를 피하면서도 정다운 문장을 만드느라 애쓰면서 년말과 년시를
동시에 느꼈는데 해가 갈수록 문명의 이기는 발달해가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정이랄까 그런 것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낀다.
기계적이고, 건조하고,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서로가 자주 주소가
바뀌어 왠만하면 소식이 끊어지고, 특별한 그룹이 형성되어야 정기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 더욱 년말이 되니 부각이 된다.
전철 안에서 두손을 번개같이 사용하며 수초 만에 문자를 날리는
청년들을 보며, 아날로그 세대라 그런 것들을 따라잡기는 꿈도 못꾸고
간신히 기본기 만을 익히기도 머리가 복잡하다. 핸드폰의 그 많은 기능
중에 전화를 받고 걸고 문자를 받고 날리고만 할 줄아니,
수많은 군중들이 무리를 이루어 긴 대열을 지어서 한없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맨 뒤에서 간신히 그 열을 따라가고 있는듯 하다.
지금의 청년들이 중년이 되어있을 때 이 사회와 문명은 또 어떤
변화를 이루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도 애인이 없는 어느
청년이 컴퓨터로 조작이 되는 로봇트 여성을 만들었다는 기사가 있다.
그 로봇트는 머리도 흘러내리고 얼굴도 이쁘고 가사 일도 간단한
것을 몇가지 한다고 하고 언어도 입력된 만큼 구사한다고 한다.
청년은 돈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그 여성 로버트를 업데이트
시키는 연구에 골몰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그러다가 로봇트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도 올지도 모른다. 제목을 잊었는데 남자 로버트가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한 후 그녀가
늙어 죽을 때 자신도 늙어 죽어갈 수 있도록 의회에서 승인을 받은 후
같은 날 같은 시간 한 베드에 누워 죽는 걸로 끝나는 영화가 있다.
인간들은 어느 선까지 인간의 유능과 능력을 자랑하면서 전진할까.
외출하면 늦었지만 몇 장의 연하장을 사려고한다. 전철 안에서
한강의 한 풍경을 찍어보았다. 그 오고 가는 길에 지나는 한강은
맑은 날이 다르고 흐린 날이 다르다. 오직 흐르는 물만이 유유하다.
겨울은 춥지만 추위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 하늘이 정말 높고 푸르다.
찬 바람이 칼같이 불어대지만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동네의 길이나
한강의 풍경들은 크리스탈로 둘러싸인 느낌을 준다.
찬 바람을 거슬러 그 하늘을 바라보며 걷고있으면 이 세상이 아닌
어떤 비현실의 아름다운 곳으로 유배를 온듯 하여 앞의 생각들을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