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제목 없음

another woman 2009. 1. 23. 22:37

 

 사진은 고호의 그림

 

어제 온화하던 날씨에 오늘은 대충 입고 외출하니 찬바람이 기습을 한다.

왠지 믿던 무언가에게 배반이라도 당한 느낌이다. 나가기 전에 날씨를

확인하지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왠지 기대를 어긋난 추위는 실망이 되고

살짝 지나간 이 느낌은 어떤 생각을 하게 하였다. 살아가면서 무의식 중에

삶의 전반에 대하여 나름대로 기대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기대하고

거울 앞에 앉았으나 미용사 언니의 손길에서 탄생한 머리형이 전연 마음에

들지않는다던가 음식점에서 나온 음식이 보기 그럴듯하여 맛이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미원 맛외는느낄 수 없을 때 갖게 되는 배반감등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 가장 큰지도 모른다. 가까이는 부모, 형제, 배우자, 자녀, 친구,

스승 등등 따지자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상에게 알게 모르게 거는

기대가 있는데 그 기대와 어긋난다거나 메꾸어지지않는 자리도 인하여

이 세상에 그 많은 소설이나 시나 희곡, 영화가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이 수많은 인간의 갈등 속에서 이런 사소한 거절당함이나 배반감이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 배반 등 수없이 많은 우여곡절이 있게된다.

 

가끔 자연도 인간을 배반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들이 자연을 훼손하여 그 배반을 불러들일

때가 많으나 예기치않게 자연은 인간을 배반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해변을 걷던 가족이 파도를 만나 노모와 두 자녀가 죽는

사고가 있었다. 몇 해전 시드니의 한 해변 주위에 바위가 둘러싼

구멍이 있었는데 갑자기 높이 솟구친 파도로 관광객 일곱명이

파도에 휩싸여 죽음을 맞았다. 어처구니 없는 불운이었지만

그 기사를 보고 자연에 대하여 심한 배반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방글라데시를 덮은 쓰나미에 이르면 차라리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런 자연의 배반은 감정이나 가슴에 그렇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지않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순응하게 되는데 인간관계는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특별히 가까운 사이에서 느끼는 배반은

영육 간에 어떤 상처를 내어 많이 시달리고 아무는 과정을 길게 걸린다.

그런 일을 보다보면 인간의 연약을 느끼게 된다. 너, 나를 불문하고

누구나 갖고있는 연약한 부분을 서로 왜 그러냐고 생각하니 너무 피곤하다.

남의 일이라던가 별 중요하지않는 일에는 그래 생긴대로 사는 거지

말할 수 있는데 정작 어느 사람과 어느 부분에서 걸리면 도저히

용납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 일이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지지 않고 심한 배반감조차 느끼면 투쟁(?)을 시작하여

몇날 며칠을 날이 선 갑옷으로 무장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누가 어째도 별 동요가 생기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한다.

서로 생긴 것을 용납하고 너 편하고 나 편하게 지내자 일 수도 있고

서로의 연약을 나무라기보다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자는 마음이 든다.

왜 젊은 날에는 이런 생각이 안들고 남의 대들보만 그렇게 부각이

되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안해도 될 갈등을 많이 했던 것 같으니,

참 현명치 못했던 처사였다는 생각이 자연히 든다.

 

바람은 여전히 차나 처음보다는 춥다는 생각이 덜해지면서

살짝 들었던 배반감도 사라져갔다. 이런 일에도 내성이란 것이 있듯이

어떤 일에도 점점 세어지는 강도가 있는 것 같다. 술이나 마약이나

담배가 시간이 지날 수록 양이 늘어야 만족이 되는 것처럼.

그러니 배반감이나 미운 감정을 키워보았자 골만 깊어지고

우선 미워하는 것도 힘이 드니 힘드는 만큼 미워하고있는 자신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 차라리 서로를 용납하고 연민을 가지며 서로

백기를 들며  휴전을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바쁘게 이리로 가고 저리로 가는데

왠일인지 세림에 누워계시는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코로 미음을

주입시키면서 식물인간처럼 누워계시는데 우리를 보면 눈으로

고통을 나타내나 한마디도 못하신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신다.

그 분들도 지난 날 한때 곱게 치장하고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부단히 열심히 살며 자식들도 길렀을 것이다.

어쩌다 무료 병동 신세를 지고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숨조차

쉬기어렵고 몇 년째 돌려누워주지 않으면 돌아눕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녀들에게도 긴장되고 힘찼던 한때의

찬란하였던 젊은 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 이런 것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우선 기뻐하고 우선

감사하자는 생각이 든다.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것도 지금

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말이나 생각도 할수 없는

날이 오기 전에 아무리 상황이나 환경이나 관계에 어려움이 많아도

우선 존재와 환경 자체를 기뻐하고 감사드리다 보면 앞으로 진정으로

기뻐하고 감사할 상황과 환경이 찾아오고 나쁜 관계에 있는 그 누군가와도

저절로 관계가 회복되리라 생각이 든다. 우울한 마음이 들면 우선

우리의 존재를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은 각자 자신들의 상황에

묶이어 감정에 휘둘리며 실천하기 쉽지않지만, 창조주가 우리에게

그 우울을 극복하기위해 제시하시는적극적인 방법인지도 모른다.

 

데살로니카 전서 오장 16-18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우리들의 성정으로 항상 기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경은 하라라고 명령형을 썼는지도 모른다. 강제적으로라도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는 것만이 불운을 이기는 비밀이기에

성경은 그 자녀들에게 명령형으로라도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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