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할머니 나야.

another woman 2010. 11. 8. 04:08

 

 

영화는 나문희 역의 김영춘 할머니가  말기암 환자로 유서를 쓰고 만기된

적금을 찾아오는 것으로 남은 생을 정리하며, 혼자 남을 친구같은 개의

앞날을 걱정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어느 날 적요한 낮에 전화가 걸려온다. 할머니 나야를 거듭하는 보이스 피싱

전화지만 나문희는 니 미진이가 하며 죽은 손녀의 이름을 부른다. 전화를 건

은하는 술집에 나가는 이모가 엄마인줄 알면서도 이모라고 불러야한다.

학교 급식비 등 비용을 내지못해 창피와 고통을 당하던 중 원조 교제나 보이스

피싱으로 용돈을 조달하던 친구에게 독거 노인 나문희의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를 하여 돈을 요구한다. 나문희는 돈을 부쳐주었다.

은하는  엄마의 행각에 수치를 느끼며 또한 자신만 그녀에게서 사라지면 이모가

결혼할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지않을까 생각하며 짐이 되는 자신의

존재도 수치스럽다. 또 이십만원을 요구하자 나문희는 은하를 야단치고,

소리를 지르다가 쓰러진다. 그것을 알고 은하는 나문희 집으로 달려가 서로

대면한다. 나문희는 은하를 따듯하게 대하고 죽은 손녀의 생일을 은하의 생일로,

상을 차려주고 옷을 사입히고 핸드폰을 사주었다. 그러나 은하는 적금이 만기되어

현찰로 찾아놓은 돈가방을 보고 훔쳐 집으로 달아났다. 그 속에서 유서가 나왔다.

노인은 말기암으로 호스피스 기관에 가서 죽음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아들 내외는

어린 손녀 하나만 남기고 죽었다. 그때는 젊었던 김영춘 할머니는 먹고 살기  위해

어린 소녀를 방에 놓고 밖에서 문을 걸고 일하러 갔었다. 그날은 손녀의 생일이었다.

할머니가 생일케익을 가지고 귀가하기를  기다리던 손녀는 심심하여 초에 불을 부치고,

성냥을 끄지않고 성냥통 위에 놓아 불이 나 타죽었다.

노인은 죽은 손녀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으로 부모 없는 아이들을 평생 후원하다가,

마지막 남은 돈을 다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집에 돌아왔다가 그 돈을 탐내는

엄마를 설득하여 돈을 돌려주러 왔다가 할머니의 조카에 의해 경찰에 잡혀간다.

은하가 돈을 훔친 그 충격으로 할머니는 병원 응급실에 입원 중이지만,

그 돈을 스스로  은하에게 주었다는 할머니의 진술로서 소녀는 경찰에서 풀려났다.

병원에 찾아가 눈물로 잘못을 비는 은하에게 할머니는 너는 내 손녀이다. 너무도

외로울 때 할머니 나야하고 걸려온 전화가 너무 좋았었노라고,  얼마나 좋았는지

너는 아냐고. 그돈으로 은하의 엄마는 술집을 그만두고 분식집을 차렸고 할머니는

손녀 지민이가 있는 하늘나라로 갔다. 은하는 매일 방과 후 엄마가 운영하는 떡볶기

집으로 가서 가게를 도우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할머니 나야

하고 이야기를 한다.

 

비오는 날의 엷은 수채화같은 영화이다. 노인과 소녀가 각기 처한 상황의 모습은

다르지만 고통과 외로움의 결국은 상이하여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급속도로

혈연처럼 밀착된다. 돈으로 인해  소녀는 노인을 배반하지만 노인의 소녀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극을 역반전 시키며 아름다운 끝맺음을 하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갈 수가 있을까 생각키운다. 돈이나 어떤 물질보다도,

정이나 마음이 오고가는 어떤 교류가 사람이 살아가기위해 환경과 돈의 충족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마음을 위로하는 가족이나 친구나 어떤 마음의 교류가  있어야

하는가보다. 상속금이 이천억이나 있어도 자살한 모 재벌의 딸이나,  지금도

학급비나 급식비를 못내며 고초를 당하는 많은 청소년들이나 그 마음 속의 고통은

나름대로 절실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녀도 누군가와 진정으로 마음의 교류가 있었다면 자기를 그렇게 버리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최인훈의 광장에서 주인공이 남쪽도 아니고 북쪽도 아닌 제

삼국을 선택하고 그 나라에 가는 뱃길에서 바다에  투신하는 장면이 생각이 난다.

그동안 충성했던 나라에 대한 이념도 혈연도 온갖 관계도 사라진 그의 마음에는

아무 것도  남지않고 오직 공허만이 자리하였었다.

 

정을 주고 받는 관계, 따스한 마음이 왔다가 갔다가 하는 관계가 사람의

목숨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동기와 활력소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그러한 관계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도 사실이다.

방에 들어박혀 매일 게임만 하다가 저절로 죽은 청년의 기사도 간혹 있다.

한 가정 안에 방마다 테레비젼이나 컴퓨터가 있어서, 각자가 자기 방에

갇혀 스스로 단절시키며 혼자들이 되는 세대에 살고 있음으로 그 길지않는

영화가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정과 사랑이 많으면서도 허물과 결점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불완전하고 불안하다. 오래가는 관계도 드물고 이해관계의 조종을 받아

쉽게 만나고 헤어지며 겉돌기 일수라 쉽게 신뢰도 되지않지만, 창조주와 맺은

관계는 반석 위에 세운 것처럼 견고하고 포근하다. 그러나 왠일인지 사람들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고 빠른 대화처럼 금방 피드백이 되는 인간관계에,

서로 고립하며 담을 쌓으면서도 동시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이율 배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육신을 가진 자들이 빠지게되는 어쩔 수 없는 함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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