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는 1848년에 조국의 기록 12월호에 발표되었다.
주인공 청년은 조용히 직장을 다니며 빼쩨부르그에 팔 년을 살아도 친구
한명 만들지 못했다. 늘 방안에서 몽상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거리의 행인들과
빼제부르그의 곳곳을 샅샅이 알며 각 건물과도 친하게 지내, 어떤 건물은
그에게 주인이 자기에게 미적 감각이 없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도시인들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근처
별장으로 사라져가고 도시는 텅 비었다. 청년은 도시의 적요에 쫓기며
이리저리 헤매다가 밤이 되고 운하를 따라 걷고 있었다. 안개 낀 운하의 다리
근처에서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곁으로 가려는데 미지의
신사가 그녀를 따라가고 여자는 도망가는데 청년이 인기척을 내어 신사를
쫓아버렸다. 도움을 받아 안도하며, 자신을 알고싶어하는 나스쩬가에게,
자기는 태양도 다른 빛을 비추이는듯한 외딴 곳에서 은둔하는 불가사이하고
환상적이며 볼품이 없는 산문적인 몽상가라고 소개한다.
나스쩬가는 장님 할머니의 옷과 자신의 옷에 핀을 꽂아 마음대로 어딘지
갈수없게하는 할머니와 하루종일 지내는 힘든 생활을 하다가 아랫층에
세든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다. 청년은 동정으로 두 사람에게 뮤지컬을 보여주고
책을 빌려주고 하다가 다른 지방으로 일년간 떠나게 되었다. 나스쩬가는
그에게 가서 사랑을 고백하며 자신을 데려가 줄것을 호소하였다.
청년은 일년 후 돌아오니 이 시간 다리 위에서 만나기로 하고 떠났다. 그러나
일년 후 도시에 돌아와서도 청년은 사흘이나 그 다리 위에 나타나지않아
번민하며 울던 나스쩬가는 이 공상가를 만나게되어 서로의 처지를 허탄히
털어놓게 되었다.
공상가는 자신이 생애의 가장 좋은 부분의 몇 해를 곰팡이처럼 보내버리는
자신을 한번쯤은 태양처럼 여기고 싶은 소망이, 오지않는 청년에 대한
사랑으로 애태우는 나스쩬가를 보면서 생기는 것을 알았다. 일곱 개의
봉인이 된 항아리에 감금되었던 영혼처럼 자신의 영혼이 자기의 감옥에서
해방되고 싶은 희망으로 자기의 사랑을 밝힌다. 그녀는 그 사랑의 고백에
몽상가가 참으로 좋은 사람이며 온다던 그가 몽상가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며 한탄한다.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몽상가를
좋아하니 할머니댁 위층으로 집을 옮겨와서 같이 지내자고 제의한다.
사랑하는 청년이 오지않으리라 여기고 꿈에 부풀어 서로에 대한 감탄과
앞날을 이야기하며 거리를 걷다가 다시 안개에 싸인 다리 위로 돌아왔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 약속 시간보다 나흘이나 지난 그 시간에 나스젠까가
꿈에도 그리던 청년이 나타났다. 그녀는 바람같이 그에게로 달려갔다가
다시 몽상가에게로 와 그를 껴안고 눈물의 키스를 하고는 그녀가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안개로 뿌우연 거리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나스젠까는 두 사람을 용서해주고 결혼을 축하해줄 것을 형제처럼 지내줄 것을,
또 자신은 언제나 그 몽상가를 마음 속에서 사랑할 것임을 쓴 편지를 보내왔다.
자신의 생활 위에 비추려던 찬란한 햇살이 갑자기 거두워짐에 그는 자신의
미래가 어쩐지 슬프고 낡으며 한탄에 가득 참을 느낀다. 몽상가는 나스젠까가
기쁘고 행복한 생활을 하도록 축복하며 그녀의 그 행복과 기쁨이, 한 고독한
공상가에게 주는 행복이고 기쁨임을 감사하는 마음을 품는다. 자신이 사랑한
그녀로 인하여 한 순간 느낀 기쁨의 순간이 영원히 존재함을, 비록 그 시간이
짧았었지만 긴 일생에 있어서 결코 부족함이 없는 순간이라고 기억하면서.
그의 사랑은 춥고 긴 겨울밤 빼제브르그의 음울한 거리를 비추던 백야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져갔으나 그 사랑의 희열의 순간은 지나갔어도 그 기쁨의
순간의 시간의 존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몽상가는 생각한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성냥팔이 소녀가 한개피의 성냥이 타들어 갈동안
맛보았던 훈훈한 온기와 가족들 간의 사랑을 느끼고 그 성냥이 다 탄후,
소녀는 얼어죽었지만 그 온기와 사랑의 느낌 속에서 소녀는 갔던 것처럼
몽상가에게 가슴 저리게 찾아온 사랑이 그저 바쁘게 스쳐지나가 결코
자신의 것으로 가질 수 없었지만 그 사랑은 여전히 처음 피어났던 모습보다
더 애절하고 아름답게 살아있다. 몽상가의 사랑이 음울하고 어두운 러시아의
풍토와 기질 속에서 한 송이 붉은 동백처럼 아름답다.
그런 사랑을 토스토예프스키는 한번쯤 해보았을 것 같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토스토예프스키의 낭만성이 놀라웁고 사랑이 가진 고통의 정수를
묘사한 필체에서 늘 광기어린 것처럼 여겨지던 그의 인간성 중에서
수채화처럼 다정하고 정서가 아름다운, 색다른 성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녀와 몽상가의 사랑은 현대의 순간적이고 감각적인 사랑에 비하면 아득한
고전처럼 여겨지며 순결하고 외로이 반짝이는 보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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