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존재감

another woman 2011. 6. 22. 08:22

 

 

 

 

츄이는 이제 열달이 되었는데 아직 등치는 작지만 한몫 단단히 한다.

물어뜯는 것을 좋아하여 운동화나 구두, 양말, 자기 장난감들을 하두

물어뜯어 가지고 놀다가 물어뜯다가 할 수 있는 먹이 뼈들을 주었다.

처음에는 두 손으로 뼈를 잡고 먹다가 조각이 작아지면 입으로 물고

높이 던졌다가  다시 물어 던지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혼자서 잘논다.

그런 뼈 조각들이 여기저기 너무 어질러져서 정리통에 넣어놓으면

순식간에 달려와 다시 여기저기 물어나른다. 거실 중앙이 자기의

놀이터라고 생각하는지 자기가 좋아하는 , 뼈조각들과 장난감, 공들을

늘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않는다.

 

몇 번을 야단을 치며 치우다가 조그만 것이 그래도 멈추지않고 자신의

의견대로 자기 애호품들을 늘어놓으려는 수고를 보며 아무리 강아지라도

자기가 존재하고 자기 존재의 권리를 저렇게 주장하는구나 생각이 되어

그만 물러서게된다. 정리가 잘되어있어야 안정감이 생기던 것이 점점

무뎌져간다. 아빠에게 케익을 구워온 딸이 거실을 보고 엄마 애기가 있는

집도 아니고 하다가 츄이를 보고는 웃고만다.

 

벽에 걸린 액자들이나 책장의 책들, 화병이나 그런 것들도 무언 중에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츄이 같이 눈으로 감정 표현을 하고 말을 못하고 짓어서 그렇지 배가

고프고 마당에 나가 볼 일을 보겠다는 등 의사 표시를 하는 생물이나

무생물들도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가끔 생각이 든다.

살아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하기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그냥 일상이라는 카누에 실려서 현실이라는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려가며 흘러 흘러서 오늘이라는 뭍까지 실려온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린 강아지보다도  자신에 대한 존재감이 결여되었었다.

 

쇼핑센타에 가니 난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꽃의 모양이

있을까 신기할 정도로 갖가지 모양과 이쁜 색갈의 난들이 피어있다.

가격도 상당한 것을 보면 그것들이  꽃을 피우기 까지 주인의 상당한

수고와 인내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아름다운 색갈의 꽃과 자태로

자기의 존재를 빛내며 주장하고 보는 이들은 감탄으로 그들의 빼어남을

인정한다. 창조주에게는 한 순간과 같다는 우리들의 일생 동안에

평생 수고와 애씀으로 자신 특유의 소중한 것을 꽃처럼 피워낸다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될까 하는 것은 인간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성실히 감당하는 모습이 창조주가

인정하시는 우리의 존재의 모습이고 종국에 스스로가 자기만의 특유한

꽃을 아름다이 피워올릴 수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기의 존재를

빛나게 완성해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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