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츄이는 마당을 감시하느라고 베란다로 통하는 문입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봄이 깊어가 작은 땅이지만 자라나는 야채 묘종을 옮기기 전에 음식물 찌거기나 야채 다듬은 것들을
묻었는데 아침만 되면 그것들이 다 파헤쳐져있었다. 썩어가는 그것들을 먹는 범인이 츄이인줄 알았다.
새날자 배 떨어진다고 츄이가 그날 몇 번인가 카페트에 뭔가를 토해놓았기 때문이다.
대소변은 꼭 산책하거나 마당에 가야하는 아이가 왠일인지 토하는 것은 안에다가 한다. 그래서
마당을 파헤치고 썩은 것을 먹지말라고 얘기해도 마당이 사흘을 계속 파헤쳐지는 것을 보고
엉덩이를 때려주며 혼을 내었다. 그랬더니 밤새내내 엎드리고 그 곳을 주시하며 잠을 자지않는다.
그러다가 어떤 때가 되면 기를 쓰고 짖어대었다. 알고보니 포슴이 와서 야채 새싹들을 끊어놓고 땅을
파헤치고 썩은 것을 먹고 볼일도 보고가는 것이었다. 평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잘 따르는 편인 츄이는
인간이 알아듣게 자기 말을 하지못하는 억울함을 호소도 못하고 마당을 지키는 것으로 더이상 봉변을
면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었다. 낮에도 마당에서 눈을 떼지못해,
아무리 동물이라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츄이는 우리가 없으면 밥도 먹지않는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 먹기 시작하면 자기도 이제는 먹을 시간이라는듯 자기 밥그릇으로 간다.
하루종일 집을 비우면 그릇의 음식이 그대로 있기가 예사이다. 음식도 개에게 맞게 잘만든 슈퍼에서
사온 개밥보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고 탐한다. 하룻밤을 혼자 두면 종일 굶고 지낸다.
그러다가 우리를 보면 처음엔 마구 달려들며 반가워하고 그 다음엔 멀리 가면서 마구 짖어대며
야단을 친 후 그 다음에 급하게 마당으로 뛰어나가 소변을 본후 돌아와 조금 먹고 식사시간이
되어 우리가 식탁에 앉아야 자기도 먹으러간다.
그런 아이를 야단치고 때리기까지한 것이 무척 미안해진다. 그의 행동에서 그가 단지 동물이기보다
스스로가 우리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것이 정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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