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제목 없음

another woman 2014. 3. 14. 03:49






오랫동안  돌처럼 굳어진 마음이 느껴졌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아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야하는데 생각해보지만 마음은 요지부동 눈을 가렸습니다.마음은 가슴 안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기쁘면 마음이 햇살에 마구 부서져 흔들리는 물결처럼 흔들리고

슬프면 깊은 계곡 골짜기처럼 찢어져내렸으니까요. 그러나 한동안  마음에 녹슬고 무거운 

철문이 덜커덕 닫히고  놋쇠 빗장이 걸렸습니다. 어떤 씨앗이 떨어져도 발아가 안되는, 아무리 

내 가슴 속에 든 마음이라지만 스스로의 말을 듣지도 않고 어떻게 손대볼 수 없는 황무지 

땅처럼 여겨졌습니다.


동우님 리딩북에서 요즈음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읽었습니다.  한 윤희가 독일에서 이 희수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실을 아는 장면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이 희수의 어머니가 돌아서 가는 

그녀에게 잘 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다시 눈물이 나더군요. 눈물이 그치고 나니 

왠일인지 가슴 속의 돌들이 어디론가 굴러가버린듯 합니다. 굳게 잠긴 빗장이 열리고 바람 결에 문이 

조금 열려진듯 합니다.  죽음은 예기치않게 찾아와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파괴해버립니다.

산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지만, 이제 정말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남들처럼 평범히

살아보고 싶을 때 한 윤희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야했습니다. 한탄하고 원망하는 대신 그녀는

딸아이 은결이의 아빠인 오현수에게 그간의 세월을 살아온 이야기와 은결이의 얘기를 하면서

지나간 세월과 조용히 화해하자는 아름다운 편지를 남깁니다.


정말 더 살고 싶지만 이렇게 조용히 삶의 끈을 놓아야하는 죽음 앞에서 어떤 자살은  그 당자의

인격이 전혀 느껴지지않고, 요망스럽고  방자하게까지 보입니다.  요즈음 어떤 연예 프로그램 

촬영 중 출연자 한 명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충격스럽습니다. 죽은 아이보다 그 부모님께 

연민이 느껴지고,  요즈음 세태를 보는 것 같아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초등학생, 젊은이들, 노인들의 여러 죽음의  사연에는 어처구니 없는 것도 많으나 정말 마음 

아픈 죽음들도 있습니다. 연간 교통사고 오천명인데  자살자는 만 오천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연일 여러 죽음의 기사가 나옵니다. 

죽는 사람은 오죽해서 죽기까지하겠습니까만, 이런 흐름은 모두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미친듯

함께 몰려서 달려나가면서 피치못하게 괴물처럼 생겨나는,  사회가 양산해내는 모습이라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이미 태어나는 생명 속에는

죽음의 씨앗이  숙명처럼 잉태되어 있습니다. 어느 누구나 예외없이 죽음을 향하여 모두들 

전장의 군인들처럼 전진해가고 있습니다. 생명의 탄생에는 죽음이 함께 있고 모든 것의 시작에는 

끝이 함께 있습니다. 살아가는 그 노정이  마음이 터질듯 답답하고 뭔가 끝장을 내고 싶어도 

살아간다는 것은 소중한 것입니다. 살아가다가보면 어느 날 커틴이 닫힌 무대에서 내려오듯이 

아무리 더 머물고 싶어도 강제로 퇴장당할 날이 옵니다. 어떤 모습으로던지 퇴장 당하는 

그 자리에서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그렇게 희노애락에 시달린 삶이라도 이미 애증도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색갈이 낡아 희미한 수채화처럼 단지 몇 장면의 벽에 걸린 액자 속의 그림같이 남을 뿐,  

그 세월은 쏜살같이 날라간  화살보다도 빠르고 구겨진 명주 스카프처럼 

한 줌도 안되게 손 안에 남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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