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시내에 갔습니다.
마음이 갔지만 아이들과 함께라 머무적거리며 사진을 찍게되지않아 몇 장면을 그냥 지나왔습니다.
금발의 두 젊은이들이 검은 매직으로 뭔가 쓰여있는 큰 마분지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더러 포옹을
하며 자꾸 웃어서 눈길을 끌었어요. 그들이 먼저 닥아가 누군가를 포옹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웃음을
터뜨리며 달려와 그들을 포옹하기도 했어요. 그리곤 기분 좋게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사라져갑니다.
마분지에는 free smile이라고 써있었어요. 아마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표정이 너무 굳어있는 것을 본
그 젊은 두 청춘이 생각을 짜내어 이 거리에 웃음을 퍼뜨리고 싶었었나봅니다.
닥아와 포옹을 하거나 당하거나 모두들 젊은이들이었어요. 역시 그들은 민감하고 빨리 반응하고
보기만해도 즐거워져 저절로 청춘예찬이 되었습니다.
깨끗하고 단정해보이는 오십대 중반의 여인이 금발을 길게 한줄로 묶은 머리를 등 뒤로 늘어뜨리고
하염없이 건물 계단 모서리에 앉아있습니다. 발밑에는 작은 바구니가 있고 그 안에 든 코인 몇 개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간단한 메모가 있었습니다. 그 여인과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이십대 후반의
중동 쪽의 모습을 가진 청년이 파산했으니 좀 도와달라는 메모를 배낭 옆에 놓고 앉아 있었어요.
딱히 도움을 바라는 모습도 아니고 도움을 바라는 존재가 자신이 아니라는듯이 하염없는 그 모습은
어쩐지 그림 속의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아직 노숙자처럼 보이지않았습니다. 공원 벤치에는 벌써
햇살이 오후의 입구를 향하여 가고있는데도 검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시체처럼 움직이지않는
노숙자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에겐 삶은 이처럼 철퇴로 냉정히 내리치면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방관해야 그 버려진 땅을 지나갈 수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은혜의 자비가 그들에게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