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방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찜질방, 노래방, 피시방, 빨래방, 디비디방 등등. 몇년 전 첫 방문 때
수원 사는 시누와 함께 찜질방이란 곳을 처음 갔었다.
그 규모와 화려함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숯이나 한약방등 종류가 많았는데 그 중
특별히 자수정 방은 어른들 머리 만한 보라색 자수정들이 빈틈 없이
박혀있어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선물 가게를 한 경력이 있는지라
천정이나 벽에 박힌 자수정의 가격을 짐작하느라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온 김에 방마다 돌아다니며 땀을 빼고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사우나를 계속하였었다.
그날 밤부터 사흘을 몸살을 하고나서 나는 찜질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조선시대의 문화를 깨고
아무 남녀나 섞여 자리 잡는데로 나무 베개를 베고 누워
tv를 시청하거나 모래시계의 모래낙하를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같이 온 가족이나 친구끼리 소근 거리거나 하는 모양을 보면
찜질방에서 가족이나 친구끼리 단합대회나 허물없는 친교를
하기에는 알맞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끼리라도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물을 끼얹어주고 난 뒤에 느끼는 친밀감은
외국 서는 볼수 없는 장면이다. 뜨겁고 김나는 그 곳에서
뛰쳐나가지 않고 시원하다, 시원하다 하는 우리나라 사람 만의
서정이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이 추운 겨울에
지금은 가끔 찜질방을 방문한다. 매일 샤워를 하는 문화에서
매일 샤워를 하더라도 얼마만에 한번씩 뜨거운 물에 몸을
불려서 박박 밀어대는 문화로 건너온 셈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사는 일도 부단하지만 그에 따라
마음을 풀고 쉬어갈 수 있는 방문화의 발달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