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니 자신이 어처구니없을 때가 있다.
며칠 계속 아들이 꿈에 보였는데 세번 다 고개를 돌리고있는 심란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성격이 급한 나는 잽싸게 메일을 써보냈는데 주로 짝사랑 형태로 진행되는
편지라서 답장은 없었다. 그런데 아침에 딸아이에게서 남편에게로 메일이 왔는데
오빠랑 통화하다보니 자신이 오빠의 생일을 잊어버리고 지나간 것을 알게되어
아빠와 엄마는 챙겨주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들도 새까맣게 잊고있었기에 당황했다. 같이 있으면 미역국을 끓여 식사라도 함께 하고
촛불을 켜고 생일노래라도 불러주었겠지. 다정 다감하지 못하여 아이들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인 것 외에
잘해준적이 별 없었다. 그러나 함께 살때와 객지에서 혼자 아무 소식도 오지않는 먹을 것도
없는 아침은 마음이 넓은 그애라도 쓸쓸하였을 것이다.
딸아이 결혼식장 비용을 지불하고 좀 남자 아이는 엄마와 여행을 가기를 희망하였다.
그 아이의 직장이 방학을 하자 사위의 양해아래 우리 둘은 삼박사일로 일본 여행을 갔다.
늘 피곤해하고 여행을 많이 했지만 일본은 안가본 딸을 위해 휴식을 하기 좋다는
북해도 여정을 잡았었다. 유난히 아카시아나무가 많고 위도가 사십삼도라 그런지 기후도 서늘하고
그때서 하얗게 아카시아 꽃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새로운 분위기와 풍경과 계속되는 이동,
막 살림을 시작해서그런지 면세점보다 편의점의 식품류를 찾아 돌아다니는 아이와 재미있게
지내다보니 아들 생일은 전연 생각이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고서 하루 만에 남편이 있는 곳을 향했다.
보기에는 천연덕하지만 내용은 부실하기짝이 없는 나는 왠일인지 빌빌대었다.
인천공항을 향하는 리무진 안에서 더이상 참지못하고 위산을 비닐봉지에 막 토하고
잠간 눈을 감았는데 공항을 지나쳐갔다. 정비소까지 가서 기사 아저씨가 놀라 깨워서
정비를 마치고 출발하는 차가 나를 위해 시간보다 일찍 출발해주었다.
공항에서는 일년 안에 다시 쓰는 티켓으로 예약하고 갔는데 세달 짜리라고 공항 아가씨가
우겨 천진여행사와 연락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웠다.
그렇게 천진에 도착하여 이틀 간은 정신없이 자느라고 아들 생각은 전연 안들었는데
그애가 사흘을 계속 꿈에 보인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이 가는대로 잔소리인지 충고인지 좋은 말씀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내용을
아이 앞으로 보냈다. 한번도 나의 생일을 잊은 적없이 챙겨 준 그 애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번 동생의 결혼에 왔다가 돌아갈 때 엄마의 생일이 얼마 안남았다고 백화점에 데리고 가
구두를 사주길래 좋아했다. 다른 때 갔으면 너무 비싸 싫다고 했을텐데 왠일인지 헤어져있어그런지
좋은 선물을 받고 싶어 모델들이 촬영할 때 잘 신는 브랜드라는 것 중 쑥색으로 구두와 샌들을
섞은 모양을 한 것을 골라서 거실 구석에 장식품처럼 간직해놓고 바라보고 있다.
칼발이 아닌 이유로 서울구두는 신으면 발이 아파 가죽을 늘여야지하는 생각이 들면
신고서 거실을 이리저리 걸어다니곤 한다. 그 구두는
딸아이가 이태리 여행중 사온 갈색 부츠와 함께 신지않고 바라보는 나의 애장품 중의 하나가 되었다.
메일로 아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남편에게 엄마가 그동안 아팠다고 썼냐고 물으니
그는 매정하게도 그런 소리를 왜하냐고 엄마얘기는 안썼다고 나보고 쓰라고 한다.
참 매정하다. 변명 좀 해주지. 물론 아이는 이해하겠지만 왠지 자신이 궁색하여
아이에게 변명하는대신 블로그에서 혼자 자신을 변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