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찰랑찰랑한 가을 햇살이 쏟다져내려 아직 추수하지않은
논 밭의 곡물들을 더 여물어지도록 하는 한 낮이다. 할머니 두 분이
버스에 타시더니 요금이 천 육백원이라니 그냥 삼천원만 널라요
하고는 삼천원만 넣고 자리에 앉아도 선글라스의 운전사는 아무 말이 없다.
고추를 뿌리채 뽑아내는 작은 밭 주위로 성경책을 든 중년의 남자가 서성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검은 구두 옆에 마른 진흙 땅에 몇 가닥 흘려진
노오란 벼줄기에 참새 서너마리가 조랑하게 달린 낱알을 쪼아먹고 있다.
그 근처에 있는 기도원에 많은 버스들이 머물러있다. 내달에 있을 수능 시험에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원하는 엄마들이 그 큰 방을 그득히 채우며 기도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시간 전국의 절에서도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하여 절하며 염주를 세며
기원하고 어느 곳에서 누군가는 점집을 찾고 굿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의 깊은 내면에는 신을 향한 열망이 숨어있다고 한다.
옛 어머니들이 장독대에 물을 떠놓고 빌듯이, 성황당에 빌듯이 이땅의 수많은
교회들의 새벽기도회들이나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께 소원을 빌듯이,
하다못해 일본에는 몽당빗자루에도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인본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신이 있어야할 자리에 자기자신을 놓아두는 것
뿐이지 누구라도 절대자를 그리워하고 의지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이 빛나는 가을에 누구라도 그 절대자를 향하여 두 손을 모으며 마음의 소원을
아뢰는, 누구라도 어쩌지 못하는 그 연약함이 각자의 가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음을 알게된다.
어느 여자 목사님의 설교 제목 중에 찬란한 유산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설교가
나가고 어느 사람은 그것은 궤변이라고 메일을 보내온다고 한다.
찬란한 유산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잘나가는 기업을 유산으로 남기기위해
상속자의 자질로 혼란을 겪는 내용이라고한다. 설교 내용은 어느 구역에 아주 열심을
내는 여자목자분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잘되는 회사를 경영하던 남편이 암에
걸려 회사를 친구에게 맡기고 회사 상속은 외국에 유학 가있는 아들로 해놓고
있었다. 남편은 숨겨놓은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가 아들을 낳자 남편은 이혼을
요구했다고한다. 죽어가는 남편의 소원을 안들어줄수 없어 그녀는 이혼을 승낙했다.
그 남편의 임종 후 가지고 있던 현금이나 증권등은 다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로
상속이 된 것을 알았다. 목자분은 자신의 아들에게는 회사가 있어 안심을 했지만
회사는 친구가 이미 다 빼돌려 겉껍데기만 남아 있어 유학 중인 아들을 불러들일
정도로 경제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그 분은 스스로 교회를 찾아와 믿음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믿음의 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설교의 요지는 암으로 죽은 남편이 사랑을 배반하고 물질을 거두워갔지만 그
비참한 자리에 찾아오신 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다시 살아난 그 목자의 영혼을
기뻐하심으로, 그 모자에게 믿음과 구원이라는 찬란한 유산을 남긴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영적인 세계와 사후 그 영들이 어디론가 간다는 것을 믿지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궤변으로 느껴질지모르나 믿는 이들에게는 찬란한 유산이라던가
믿음의 상속이라던가 그런 것에 대해 뭔가 생각키우케된다.
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우리가 상속 받을 수 있는 찬란한 유산에 대해
생가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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