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자주 속이 메시꺼우며 토하고 싶은 느낌과 뼈 속에 잔잔하지만,
냉기가 도는 바람이 이는 감기와 몸살기가 늘 떠나지 않았다. 위산은 지나치게
분비되어 위에 머물러 머리 속을 냉하게하며 어느 선까지 산이 차오르면
쉴새없이 산을 토하면서 며칠인가 앓아야한다. 그러나 올 봄은 황사 속에서
그 구토가 여행 중에 일어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아픈 것보다
자신이 무척 민망하였다. 머리 도는 것이 주로 감상적이지 철학적인 것하고는
거리가 먼 체질 탓인지 실존주의의 글을 잘읽지않는 편인데 왠지 책방에서
구토를 집은 것은 위에 차있는 위산으로 토기를 느끼고 있던 까닭인지도 모른다.
사르트르는 1905년에 파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가
어머니의 사촌이 되며, 아버지가 죽은 후 외할아버지 c.슈바이처의 돌봄 속에서 자랐다.
그는 전쟁 참여 이후 무신론적 실존주의자로서 실존은 본질에 앞서고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은 신의 계획대로 움직이지않고 자기의 의지대로 움직임으로
신은 없고 인간 스스로의 실존을 책임지고 개척해나가야하는 실존의 주체라고 정의한다.
화자, 앙트완 로캉탱은 부빌의 한 도서관에서 롤르봉 후작의 전기를 쓰며 연금으로
살아가는 삽십 세의 남자이다. 철도회관의 주인 여자와 때로 애정없는 육체 관계를 하고,
도서관에서는 그 곳의 책을 알파벳 순으로 다 읽으려는 계획을 가졌으나 실상은 독서를
하면서 어린 소년을 추행하는 독학자와 대화를 나누는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 자주 구토를
느낀다. 그는 자신이 구토를 느끼는 이유를 알기위해 일기를 쓰면서 사물을 추론한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우연히 생겨나 돌, 풀이나 세균처럼 존재하며
아무렇게나 이 세상에 이리저리 뻗어나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난 육체는 혼자서 살면서 스스로 존재하며 모든 사물들과 서로 맞붙어서 존재하고 있다.
한 존재의 휼륭함이나 강열함을 느껴야할 순간이나 그 사물들의 무의미함을 느낄 때
구토감이 생기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증오와 권태감을 가질 때 자신의 존재를 느꼈다.
세상의 사물들을 외부에 이루어진 장치로 보며 바깥으로부터는 그 사물의 성질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못하는 공허한 형체로서 사물의 필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상 사물은 전부
우연히 만들어졌음에 그 우연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모든 것의 실체는 완전히 무의미 한
무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스스로나 타존재들을 무의미하고, 형체도 없고, 막연하고,
서글픈 존재로서 귀결되고 그 결과로 존재의 허무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는 옛애인 안니로와의 재회에 기대를 걸고 기다리는 시간에 마로니에 공원에 갔었다.
의자에 앉아 발밑의 검고 울퉁불퉁한 뿌리를 내려다보다가 그는 그 뿌리의 존재를
강하게 느꼈다. 괴상하고 연하고 무질서하고 추잡한 나체덩어리의 그 뿌리는 대낮처럼
갑자기 그 곳에 존재했고 그것은 존재 안에서 반죽된 사물의 그 자체인 것을 알았다.
모든 사물은 존재에다가 스스로를 내맡기며 존재의 비밀을 토하고 있으므로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충만과 충일의 상태까지 자기 자신을 존재시켜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먹은 것을 소화시키는 몸을 가진 반짐승 상태의
희극적인 존재의 모습을 가졌고 자신을 주체못하는 무의미하고 거북한 존재들이므로
결국은 로캉탱 자신도 무의미한 존재 일 뿐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 추론에서 로캉탱은 어떤 부조리를 경험한다. 존재와 구토와 생활의 모든 관계는 결국
근본적인 부조리의 양상을 보인다. 한 존재의 절대성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뿌리라는
이름 안에서 뿌리의 빛깔, 형태, 굳어버린 그 동작의 특질은 단지 뿌리 밖으로 흘러나와
단단한 하나의 물질이 되어있을 뿐 그 특질은 뿌리 속에서 여전히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확연하고 단순한 인간의 관념으로 사물의 모습을 정의내리지만 실상은 그 사물의 모습과
특질은 풍부한 혼란을 거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구토를 동반하는 무의미하고
우연으로 단순히 생겨나고 거기 있을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마로니에 뿌리의 절대적 존재의
모습은 살찐 짐승처럼 갑자기 달려와 그를 누르다가 사라져버리고 다시 뿌리는 우연과 무의미로
가득한 허무한 나체가 되었다. 이 세상에 목숨을 유지하는 존재란 필연적인 충족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것들은 이유없이 태어나 연약하게 목숨을 유지하다 우연히 죽어가고만다.
허망하지만 방대한 세계에서 애벌레조차 존재하는데는 아무런 이유가 없으면서 존재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 존재치 않는 것은 불가능한 것에의 부조리에 로캉탱의 의식은 반항하며
허무감에 시달린다.그러나 허무란 존재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옛애인 안니는 예전보다 뚱뚱해졌으나 여전히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로캉탱은 안니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존재를 회복하기 원했으나 안니는 길가에 새워놓은 이정표처럼, 추상적인
도덕이나 한계를 생각하듯 그를 추억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뭔가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행동이 앞서는 안니는 새애인과 함께 런던으로 이집트로 떠났다. 로캉탱은 한 존재가
결코 다른 존재의 존재를 정당화 할수 없으므로 그 자신이 후작의 전기 쓰는 것이
불가하다고 생각하여 포기하고 파리로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자신을 구원할
한 방법으로서 글쓰기를 생각한다. 완성된 책이 그의 사후에 조그만 빛으로 그의 과거를
혐오감 없이 회상되는 것을 희망하면서 과거로서만의 자기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기를 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축축하고 살찌며 존재하는 것이
자기의 잘못이라기보다 우연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허무의 존재 속에서
누구에게선지도 모르게 버림받으며 죽음을 향해가고 있는 고통에 시달리며 쫓겨간다.
그 우연성이 가진 허무에 시달리던 로캉탱은 자신의 외부로 그 존재를 추방하기로 마음
먹고 자신을 정화시키고 견고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소설쓰기에 희망을 걸기로한다.
휴머니즘을 기반으로한 무신적론 실존주의가 피해갈 수 없는 함정을 잘 파헤쳐놓았다.
그는 존재 후에야 허무가 생겼다고한다. 그러나 성경은 태초에 이 세상은 공허와 암흑으로
가득 차있었다고 했다. 창조주가 그 허무한 공허에 생명을 창조하시고 의미와 필연을 부으셨다.
창조주를 인정하면 사물의 존재의 의미는 필연적이고 생명의 의미가 각 존재에게 부여된다.
그러나 천성적인 죄를 계승받고 태어나는 이 세상의 만물들이 한 목숨 이어나가는 것이
쉽지도않고 당연한 고통들이 잇다르지만 나무 한그루나 그 가지에서 한 며칠 피었다가
지는 꽃들도 필연이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화가가 심혈을 그려서 그린 그림 속의
모든 나무들이나 꽃들에 화가의 정성스런 붓질이 가지않은 곳이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죄성에 눌릴 때마다 예수님에게 자신은 죄인이니 떠나가 달라고 간청했던
베드로가 생각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를 떠나지않고 제자로 부르셨다. 그것이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가진 사랑의 마음이고, 그 사랑으로 피조된 각 존재들이 존재의 허무에서
의미를 부여받고 소생하게된다.
한 생명의 생은 지나고나면 한 여름밤의 꿈처럼 여겨지나 지나는 과정은 희망과 기쁨보다
괴로움과 고통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창조주를 인정한다고해도 세상은 당연히
부조리하고 이 세상에서 받는 고통과 소외감은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계속되어 지나는
동안은 마치 평생 받아야하는 형벌 속에서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휴머니즘으로 가장한, 인간이 자신의 주체가 되어있는 이상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함정이다.
연약하고 유한한 인간은보이게, 안보이게 병든 나뭇잎처럼 죄에 좀먹어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않는 자가 받는 형벌이 허무와 우연과 무의미로 점철되어 도무지
자신이 어쩔 줄몰라 당황하며 살아가는 한평생의 목숨일 것이다.
물론 각 존재는 엄격하게도 외롭게 독립된 존재지만 또한 각 존재들 사이에는 관계가 있고
그 관계성을 소중히 정성을 드려서 가꾸어 나가면 자기의 존재의 의미를 조금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식을 기르는 마음, 친구를 그리는 마음, 화초나 개나 고양이를 친구처럼 기르는
마음 등의 수많은 아름다운 관계들이 있다. 생떽쥐베르의 어린 왕자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물을 주고 마음을 주며 서로 길들어지고 서로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 대상에 앞서서 그
행위를 하는 자의 생명이 먼저 살아서 충만해지는 이치를 충실히 깨닫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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